코로나 혈장 치료 FDA 채혈 지침

앞으로 코로나에 확진됐다 완치된 사람들의 혈액이 더 인기를 모을 것 같습니다. 혈장 치료가 각광을 받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직 코로나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 코로나에 걸렸다가 완치된 사람들의 피를 통해서 코로나 치료에 활용하겠다는 것입니다.

이 원리를 단순화 시켜서 말하면 코로나 완치자의 피를 일종의 백신과 같은 용도로 사용하겠다는 것입니다. 독감에 걸리지 않기 위해 독감 예방 주사를 맞는 것은 미리 독감 바이러스에 대항할 수 있는 항체를 우리 몸에 억지로 넣어두는 것입니다. 그래야 나중에 바이러스가 왔을 때 이미 우리 몸에 항체가 있기 때문에 문제가 없는 것이죠.

혈장 치료 과정에서 코로나 완치자의 혈액을 사용하는 것도 비슷한 원리 입니다. 완치자의 혈액에는 이미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항할 수 있는 항체 또는 면역이 형성돼 있어서 그걸 코로나 환자들에게 활용한다는 것입니다. 조금 많이 러프한 설명이지만, 아주아주 단순화 시켜서 말하자면 이렇다는 것입니다.

미국 FDA가 완치자들의 혈장을 이용해 코로나 환자 치료에 활용하기로 하면서, 완치자들에게 혈액 기부를 요청해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혈장 지침이 나오면서 혈장 치료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는데요, 이 내용 정리해 봅니다.

● 미국 FDA 코로나 완치자에 혈액 기부 요청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16일(현지시간) 완치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들에게 혈장을 기부해달라고 요청했다고 합니다. 미국 CNN 방송 보도를 통해 알려진 내용입니다. 완치자들의 혈장을 이용해 다른 코로나 환자들의 치료를 돕기 위해서입니다.

혈장은 혈액 중 적혈구·백혈구·혈소판 등을 제거한 나머지 성분을 가리키는데요. 코로나19에서 회복한 사람의 혈장에는 항체가 형성돼 있는데 이를 환자에게 투여할 경우 면역 반응을 강화해줄 수 있습니다. 일종의 백신과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같은 부분은 이미 국내 연구진을 통해서도 확인돼 상당한 관심을 받았던 부분입니다.

스티븐 한 FDA 국장은 “과거 임상경험과 중국 측 데이터를 살펴보면 회복기 혈장은 코로나19 질환의 강도를 완화해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며 “한 사람의 기부가 최대 4명의 환자를 도울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FDA 측은 완치 후 최소 2주가 지난 사람들에게 혈장 기부를 권장하고 있는데요, 이 같은 부분은 국내 질병관리본부가 제시한 혈장지침에도 동일하게 담겨 있습니다. 

● 질본, 혈장채혈 지침 공개

혈장 치료에 대한 효능이 입증되고 그만큼 관심이 커지면서 혈장 치료를 어떻게 의료 현장에 적용해야 하는지를 담고 있는 혈장 채혈 지침이 공개됐습니다.

혈장 치료는 바이러스 등에 감염됐다가 완치한 사람의 혈액에 항체가 형성되는 점을 이용한 치료법으로, 완치자의 혈액에서 바이러스를 무력화하는 '중화항체'가 담긴 혈장을 분리해 마치 수혈하듯 환자에게 주입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혈장은 혈액 중에서 적혈구·백혈구·혈소판이 빠진 누런빛의 액체 성분인데요. 국내에서는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환자 치료를 위해 회복기 혈장을 사용한 적이 있습니다. 혈장 치료 방식 자체는 새로운 것은 아닙니다. 최근 세브란스병원에서 코로나19 중증 환자에 혈장 치료를 시도해 2명이 완쾌해 다시 조명을 받게 됐씁니다.

4월 16일 질병관리본부가 공개한 '코로나19 완치자 혈장 채혈 지침'에 따르면, 혈장 채혈은 공여자가 코로나19 완치에 따른 격리해제 후 14일 이상 지나야만 가능합니다. 또 공여자는 채혈 시점에서 완치 여부를 재확인받아야 합니다. 최근 재확진 환자가 늘어나기 때문에 '완벽하게' 치료가 된 확지자들의 혈액만 사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격리해제 후 28일이 지나지 않았다면 채혈 시점에 코로나19 검사를 시행해 '음성'을 재확인해야 합니다. 격리해제 후 28일이 지났다면 검사 시행 여부는 의료진의 판단에 따르게 됩니다.

공여자의 연령은 17∼69세로 최소 기준을 뒀습니다. 이 가운데, 65세 이상이면 60∼64세까지 헌혈 경험이 있어야 합니다. 이 밖에 공여자의 체중, 병력, 혈색소 수치 등을 검사해 혈장 채혈에 적합한지 의료진이 평가합니다. 아무래도 혈액과 관련한 이슈이다보니 아무 피나 가져다가 쓸 수는 없다는 것이겠죠.

단, 임신 경험이 있는 여성의 혈장은 급성 폐 손상 등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어 사용하지 않습니다. 한 사람이 여러 번 혈장을 기증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대신 채혈 후 14일이 지나고 의사로부터 건강 상태를 확인받아야 합니다.

혈장 채혈과 공급은 코로나19 완치자가 입원했던 병원에서 이뤄지도록 했습니다. 혈장을 기증하는 행위에 대한 금전적 이익은 없고, 무상 공여 원칙을 적용하기로 했습니다. 자칫, 코로나 완치자들의 혈장이 거래되는 일을 막기 위해서 입니다. 정부 지원으로 무료 치료를 받고 완치됐는데, 자신의 피를 돈을 받고 거래해서는 안 되겠죠? 상식입니다.

질본은 이런 내용의 혈장 채혈 지침을 공개하면서 "병원의 자발적 의료행위에 대한 안전성 등을 보완하기 위한 권고사항"이라고 조건을 달았다. 혈장치료의 안전성·유효성 등이 공식적으로 입증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라고도 덧붙였습니다.

혈장 치료를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의 중입니다. 이와 관련해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지난 13일 "혈장치료를 어느 환자에 어떻게 적용할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 이견이 있다"며 "안전한 혈장을 확보한 후에 그것을 어떻게 투약할지에 대해서는 의견을 모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일부 효능이 입증된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규범적으로 입증됐다고는 어렵기 때문에 국내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런 저런 의견들이 있는 모습입니다. 다만, 미국에서도 적극적으로 코로나 완치자들의 혈장을 사용해 치료에 나서는 모습을 보이면서, 혈장 치료 자체에 대한 관심은 코로나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되기 전까지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