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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 유전자 비밀 해독의 진짜 의미 (Feat. 김빛내리)
    Health IN 2020. 4. 9.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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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연구진이 세계에서 가장 정밀한 코로나 바이러스 유전자 지도를 완성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물론 기존에도 바이러스 유전자 지도가 만들어졌지만, 인체 세포로 들어가 실제로 만들어내는 유전자까지 정확하게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최고 해상도 유전자 지도는 전 세계 과학자들이 코로나 치료제와 백신을 개발하는데 중요한 정보로 활동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 김빛내리 교수, 코로나 비밀 풀었다


    이번 성과의 주역은 기초과학연구원 RNA 연구단입니다. 연구단을 이끄는 김빛내리 교수는 국내에서는 대표적인 노벨상 수상 후보로 꼽히는 인물 가운데 한 명입니다. 함께 연구를 진행하며 이번 성과를 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장혜식 교수는 김빛내리 교수의 제자입니다. 장 교수의 박사과정 지도교수가 김 교수였습니다.

    이들 사제 연구진을 중심으로 한 연구팀은 세계 최초로 코로나 바이러스의 RNA 전사체를 분석해 공개하는 성과를 올렸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의 원인인 사스코로나바이러스의 고해상도 유전자 지도를 완성한 것입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RNA 연구단 김빛내리 단장과 장혜식 연구위원(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연구진은 “질병관리본부 국립보건연구원과의 공동 연구를 통해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의 원인인 사스코로나바이러스-2(SARS-CoV-2)의 고해상도 유전자 지도를 완성했다”고 밝혔습니다.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셀’에 투고돼 심사를 마쳤으며, 현재 교정 작업이 진행중입니다. 셀지는 코로나 사태의 심각성을 고려해 논문을 미리 인터넷에 공개했습니다. 하루라도 빨리 전 세계 연구진과 제약사들과 공유해 코로나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입니다.

    연구진은 질병관리본부 국립보건연구원에서 숙주세포에 배양한 코로나 바이러스를 받아 사람에게 감염되지 못하게 독성을 없앤 다음, 코로나 바이러스가 숙주 세포에서 만드는 유전물질인 RNA를 모두 분석했습니다. 이 분석을 통해 바이러스 유전자의 정확한 위치를 찾아내는 한편, RNA에 화학적 변형이 최소 41곳에 일어났음을 발견했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DNA가 아니라 RNA 형태의 유전자를 갖고 있는데요. 바이러스는 유전정보를 가진 RNA와 이를 감싸고 있는 단백질 껍질로 구성됩니다. 바이러스는 숙주세포에 침투해 자신의 RNA를 그대로 복제하는 한편, 원래 RNA 중에서 바이러스의 돌기(스파이크), 외피 등의 단백질을 만들 하위유전체 RNA를 따로 생산합니다. 다시 말해, 가장 중요한 설계도의 복제본을 만드는 한편, 설계도 일부를 복사해 필요한 부품을 만드는 방식입니다. 이 하위유전체가 만든 단백질들이 복제된 전체 RNA와 함께 숙주세포 안에서 조립돼 새로운 바이러스가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숙주세포 안에서 생산된 RNA의 총합을 ‘전사체(transcriptome)’라고 하는데, 연구진은 이번에 전사체 유전자 지도를 완성했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내부 시스템이 어떤 구조로 이뤄졌는지를 규명한 셈입니다.

    지금까지 과학자들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가진 RNA만 해독했습니다. 반면 이번에 국내 연구진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숙주세포에 들어가 증식하면서 복사한 RNA와 바이러스 구성요소를 만들 때 생산한 하위유전체RNA까지 모두 해독했습니다. 비유하자면, 지금까지 코로나 바이러스에 알려진 것이 63빌딩이 63층이라는 것이었다면, 이번 연구를 통해 63빌딩의 63개층의 각 층이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를 규명한 셈입니다.


    이를 통해 RNA에 실제로 단백질을 만드는 기능을 가진 유전자들이 어디에 있는지 정확하게 알 수 있었던 것입니다. 기존에는 하위유전체RNA 10개가 있다고 알려져 있었지만, 이번 실험으로 그중 9개의 하위유전체RNA만 실제로 존재하는 것도 확인했습니다. 또 융합, 삭제 등 다양한 형태의 하위유전체 RNA 재조합도 빈번하게 일어나는 것을 확인한 것입니다.

    연구진은 특히 바이러스 RNA에서 메틸화와 같은 화학적 변형을 발견했습니다. 유전자는 환경 변화에 따라 메틸기가 붙으면서 유전자 기능이 달라집니다. 선천적으로 물려받은 유전자가 후천적으로 바뀌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변형된 RNA들은 기존에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특성을 가질 수 있으므로, 코로나 바이러스가 환경에 맞춰 다른 형태로 진화하는 과정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김빛내리 단장은 “RNA의 화학적 변형은 바이러스의 생존, 면역 반응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RNA 변형은 바이러스 치료제를 개발할 때 새롭게 표적으로 삼을만한 후보군”이라고 말했습니다.

    김빛내리 단장은 우리나라 과학계를 대표하는 과학자로 꼽힙니다. 지난해 한국연구재단이 발표한 ‘노벨상에 근접한 한국인 과학자 17명’에도 포함됐습니다. 그래서 국내에서는 늘상 노벨상 후보군으로 꼽힙니다.

    연구재단은 논문 피인용 수 등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김빛내리 단장(생리의학)과 김필립 하버드대 교수(물리학), 박남규 성균관대 교수(화학) 등을 노벨상 후보자에 근접한 연구자로 꼽은 '노벨과학상 종합분석보고서'를 내놨습니다. 2015년 ‘여성과학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로레알-유네스코 세계여성과학자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국내에서는 젊은 과학자상, 호암상, 최고과학기술인상을 줄줄이 받으면서 실력과 가능성이 이미 검증된 과학자입니다.

    이번 연구성과에는 계산생물학자인 장혜식 교수와 질병관리본부의 기여가 결정적이었다는 평입니다. 장 교수는 3월 16일 바이오아카이브에 완벽한 전사체와 후성전사체 지도를 세계 처음으로 올린 학자입니다. 학부에서 컴퓨터과학을 전공하고, 빅데이터 분석에 사용되는 프로그래밍 언어인 파이썬 개발의 주역 중 한 사람입니다. 장교수는 자신의 전공을 이용해 통상 6개월 걸릴 이번 RNA전사체 분석을 3주만에 끝냈습니다.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2월 연구팀에 불활성화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발빠르게 제공했습니다.

    ● 국제학술지 셀, 이례적으로 초고속 심사 진행


    국제학술지 셀에서도 이례적으로 빠른 심사과정을 진행했습니. 김교수팀이 셀에 논문 게재 신청을 한지 한달도 채 못된 9일 이례적으로 우선 게재했습니다.

    김빛내리 단장은 “셀이 코로나19가 전세계적 대유행으로 번지고 있는 상황에서 서둘러 게재결정한 것”이라며 “이번 연구는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에 대한 풍부한 정보와 세밀한 지도를 통해 바이러스의 증식원리를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향후 코로나 계열의 바이러스에 대한 더 정확한 진단키트와 새로운 치료 전략을 개발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 김빛내리 교수는 누구?


    김빛내리 교수는 한국을 대표하는 생명과학자로, 여성 최초로 서울대학교 석좌교수에 임명됐습니다. 한국에서는 가장 강력한 노벨상 후로보 거론되고 있습니다. 

    김 교수는 한국계 캐나다인 찰스 리 미국 잭슨랩 유전체의학 연구소장과 함께 '유전체 변이의 존재'를 최초로 발견했습니다. 김 교수는 보통 50대 수상해도 영광으로 받아들여지곤 하는 호암상 의학부문을 30대 연구 성과로 40대에 접어들면서 수상했습니다. 과학계에서는 그 만큼 앞서가고 독보성을 가진 학자로 통합니다.


    세계적인 학술출판 그룹 네이처가 김빛내리 등을 포함하여 10명의 동아시아 과학스타들을 선정했는데요. 네이처와의 인터뷰에서 김빛내리 교수는 그동안의 연구자로서의 인생을 회고하기도 했습니다. 김빛내리 교수는 잠시 가정을 이루고 남편의 직장을 따라 작은 도시에 거주했던 적이 있었는데요. 저널을 읽을 도서관도 일할 연구소도 없던 시절, 90년대 당시 과학 분야에서 특출났음에도 불구하고 정규직을 구하기 어려운 상황, 연구 분화가 불리하게 둘러싸고 있던 때 과학을 그만두기로 마음먹고 실제로 법을 공부하기도 했습니다. "희망을 잃고 있었다. 하지만 너무 지루했고, 다시 연구소로 돌아가고 싶었다."라고 연구 경력을 포기할 뻔 했던 순간을 상기하기도 해 관심을 받았습니다.


    저서로는 2016년 12월 30일에 출간한 <과학하는 여자들>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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