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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냥의 시간 넷플릭스
    Art IN 2020. 3. 23.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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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를린국제영화제에 초청돼 호평을 받았던 100억 대작 '사냥의 시간'이 코로나로 인해 개봉이 밀리고 밀리다, 아예 넷플릭스로 직행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개봉 예정작이 개봉을 취소하고 넷플릭스로 직행하는 것은 국내 영화 가운데 '사냥의 시간'이 처음입니다. 100억짜리 대형 영화를 극장이 아닌 안방 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인데, 이게 단순히 코로나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한 것으로만 국한 시켜서 보기에는 여러가지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사냥의 시간'을 계기로 국내 영화 배급 유통 시장의 시스템이 전면적인 개편을 맞이하게 될 수 있을 정도로 이번 '사냥의 시간'의 넷플릭스 직행은 여러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이번 이슈를 통해 어떤 의미들을 뽑아낼 수 있는지 짚어보겠습니다.

    ● '사냥의 시간' 넷플릭스로 직행…코로나 여파

     

     


    배우 이제훈과 안재홍, 최우식 주연의 SF 영화 '사냥의 시간'이 극장 개봉 없이 아예 넷플릭스를 통해서 4월 10일 개봉하기로 했습니다. 100억짜리 대작 영화가 국내 극장 개봉 없이 전 세계 190여개 나라에 안방 동시 개봉을 하게 되는 전례 없는 일이 빌어진 것입니다.

    원래 '사냥의 시간'은 2월 26일 개봉 예정이었습니다. 이날에 맞춰서 대대적인 마케팅과 홍보가 진행됐지만,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인해 개봉일을 잠정연기하게 됐습니다. 

    '사냥의 시간'을 기다렸던 국내 팬들은 곧 개봉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졌지만, 극장 관객수가 최대치로 떨어지는 등 코로나 사태가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지 않으면서 이 영화의 투자 베급사인 리틀빅픽쳐스는 전에 없던 결정을 내렸습니다.

    리틀빅픽펴스는 "바이러스의 위험이 계속되고 세계적인 확산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더 많은 관객을 안전하게 만날 수 있는 방식을 우선적으로 고려했다"면서 넷플릭스 개봉 사실을 밝혔습니다.

     

    ● 의미 1: 왜 넷플릭스였을까?

     

     


    현재 넷플릭스는 전 세계에서 가장 핫한 영상 플랫폼입니다. 기존의 체제를 전복시키며 기성 플랫폼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죠. 여기저기 코로나 때문에 '죽겠다'고 아우성 치는 요즘, 콘텐츠 종사자들을 돕겠다며 1억 달러, 우리돈으로 1245억 원을 내놓았습니다. 1억달러 규모의 구호 기금을 조성한 것입니다.

    테드 서랜도스 최고 콘텐츠책임자는 "어려움에 빠진 업계를 돕기 위해 기금을 만들었따"면서 "영화와 텔레비전 업계는 오래 전부터 넷플릭스를 지원해 왔다. 이제는 우리가 그들을 도울 차례"라면서 자신감 넘치는 발표를 했습니다. 이번에 조성된 1억 달러 규모의 구호 기금은 넷플릭스에 콘텐츠를 제공해 온 제작업체 근로자들에게 돌아갈 것으로 보입니다. 

    넷플릭스는 사실 최근 여러 기부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전 세계 연예산업 종사자들을 지원하기 위해 비영리 단체 구호기금에 1500만달러, 우리돈 186억 원도 기부했습니다. 미국의 배우와 방송인 노동조합, 미국 영화 텔레비전 기금 등이 포함됩니다.

    넷플릭스의 이런 통큰 기부는 단순히 기부를 많이, 여러번했다 수준이 아니라 업계의 판도가 이미 변화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할리우드는 물론 국내 영화사들도 신작 영화 개봉 시기를 늦추거나 콘텐츠 제작을 아예 중단하는 상황에서, 넷플릭스는 때 아닌 '코로나 호황'을 누리며 업계 선두로 자리매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 의미 2: 넷플릭스 개봉 = 글로벌 개봉

     

     


    이런 상황에서 넷플릭스에서 개봉을 한다는 것은, 단순히 '안방 개봉'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글로벌 개봉을 의미한다고 봐야 합니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의 영화나 드라마가 넷플릭스에서 개봉해서 얼마나 수익을 남길 수 있겠느냐 등의 우려가 더 많은 것이 사실이었지만, 사실 이미 판세는 확연하게 기운데다 한국 콘텐츠 역시 이러한 기세 전환에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이 증명됐습니다.

    최근에는 '킹덤2'가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시리즈로 방송되면서 전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기도 했습니다. K-콘텐츠는 물론 K-좀비라는 수식어까지 이끌어 내며 전 세계 팬층을 확보한 상황입니다.

     

     


    이런 전반적인 상황을 고려해 보면, '사냥의 시간'이 넷플릭스로의 직행을 선택한 것은 신의 한수로 볼 수도 있습니다. 이미 해외 영화제를 통해 작품성을 인정받은 영화가 글로벌 플랫폼을 통해 전 세계 190개 나라에서 동시 안방 개봉을 한다면, 오히려 더 큰 수익은 물론 전 세계적인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출구 전략으로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것이 넷플릭스일 수도 있지만, 위기를 기회로 만들게 되는 선택이 될 수도 있는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 의미 3: 넷플릭스 계약으로 제작비는 이미 회수

     

     


    특히 '사냥의 시간'은 넷플릭스에 120억 원 정도에 계약을 맺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액수만 놓고 보면, 계약금 만으로 일단 제작비는 환수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여기에 방송이 나간 뒤 반응에 따라서 추가로 벌어들일 수 있는 돈도 있기 때문에, '킹덤'과 같은 흥행 반열에 오른다면 이건 오히려 남는 장사가 될 수 있습니다.

    더욱이, '시간의 사냥'의 경우에는 비수기에 개봉이 예정됐던 작품이라서 코로나 사태가 없었더라도 300~400만 관객을 돌파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습니다. 따라서, 여러 면에서 이번 계약은 투자 제작 배급사 입장에서는 괜찮은 선택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 의미 4: 해외 세일즈 신뢰 상실...소송 전망

     

     


    일단 현재 스코어만 놓고 보면, 제작사의 넷플릭스 직행은 현실적으로 매우 잘 한 선택입니다. 문제는 이중계약 논란입니다.

    '사냥의 시간'은 코로나 사태가 발생하기 전에 이미 해외 배급 대행사인 콘텐츠판다를 통해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 해외 30개국에 선판매됐고, 해외 배급사들 역시 콘텐츠판다에 배급 계약금 일부를 낸 상황입니다. 더욱이 지난 2월 열린 제70회 베를린국제영화제를 통해 호평을 얻은 덕에 70여개국과 계약을 앞두고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제작사인 리틀빅픽쳐스가 콘텐츠판다와 충분한 논의 없이 계약 해지를 요청했고, 넷플릭스와의 독점 계약을 언론을 통해 공개한 것입니다. 리틀빅픽쳐스는 극장 개봉을 준비하고 있는 해외 영화사들로부터 기존에 체결한 계약을 번복할 의사가 없음을 직접 확인했지만, 넷플릭스와 계약을 강행한 것입니다. 법적 분쟁의 씨앗을 품은 채 계약을 진행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콘텐츠판다는 국제적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리틀빅픽쳐스를 상대로 법적 소소을 제기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해외 배급사들 역시 이 소송에 동참하게 되면 국제적인 소송으로 비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 같은 신뢰 붕괴가 '사냥의 시간' 한편으로 끝날 가능성은 낮다는 것입니다. 해외 시장에서 지난 수십 년간 어렵게 쌓아 올린 한국 영화에 대한 신뢰가 이번 일을 계기로 일순간 무너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나, 봉중호 감독의 '기생충'으로 한국 영화에 대한 신뢰, 위상, 기대감이 최고조에 오른 지금, 단순히 금액으로 산정할 수 없는 가치를 배급사 한 곳이 일방적으로 날려버린 것이라는 비판은 그래서 나오고 있습니다. 이렇다 보니, 앞으로 한동안 여러 작품들이 해외 세일즈에 있어서 제대로 성과를 내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습니다.

    ● 의미 5: '사냥의 시간' 이외 다른 작품도 넷플릭스 직행할까?

     

     


    코로나 확산으로 현재 극장 관객 수는 평일 하루 3만, 주말 하루 6만 명대로 추락했습니다. 2020년 3월 들어 3주 동안 누적 관객수는 140만 명 정도로 전년 동기 1004만 명의 14%에 불과합니다.

    이렇다 보니, 상업영화는 개봉이 연기 되거나 제작 중단이 잇따르면서, 관객들 입장에서는 최근 분위기상 어렵사리 극장을 찾아도 볼 만한 신작이 없는 악순환이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현재 개봉 연기 상태에 있는 '기생충: 흑백판' '결백' '침입자' '콜' 등 50여 편이 넘는 작품들이 개봉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사냥의 시간'이 손해를 만회할 수 있는 계약을 넷플릭스를 통해서 이끌어 내면서(물론 추후 발생할 법적 소송으로 손해를 볼 수도 있지만) 다른 제작사들도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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