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혈장치료 혈액 5천만 원 거래 이유

코로나 완치자의 혈장 치료가 효능이 있다는 이야기가 나올 때 가장 큰 우려점은 코로나 완치자 혈액이 비싼 값에 거래되는 상황이었습니다. 

코로나 완치자의 혈액에는 코로나 바이러스 항체가 형성돼 사실상 백신의 역할을 할 수가 있는데, 이 혈액을 통해 치료 효과를 본 사례가 보고되면서 코로나 혈장 치료에 대한 관심 역시 크게 높아졌습니다. 최근에는 할리우드 배우 톰 행크스 부부가 코로나에 완치된 뒤 혈액을 기부해서 주목을 받았는데,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뜻에서 톰 행스크 부부는 혈액을 기부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미국에서 아주 아주 비싼 값에 코로나 완치자들의 혈액이 거래된다는 보도가 나와서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코로나 완치자 혈액 수천만 원 거래

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완치자들의 혈액이 많게는 수천만 원에 팔리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한 내용입니다.

코로나19 백신 또는 치료제 개발업체들로서는 혈액 샘플이 절실한 상황에서, 미국의 일부 바이오기업들이 기증받은 혈액을 고가에 팔아 이윤을 남기고 있다는 것이어서 충격을 더하고 있습니다. 이런게 바이오 기업들의 생리인 것일까요. 겉으로는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 사활을 걸어 세계에 기여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이렇게 기부된 혈액을 아주 비싸게 파는 상술로 사용하는 업체가 확인되면서 전체적인 신뢰까지 깎아 먹는 모습입니다.

문제의 회사는 바이오 업체 '캔터 바이오커넥스'라는 곳입니다. NYT가 자체 확인한 이메일과 문서 등에 따르면 바이오 업체인 '캔터 바이오커넥스'는 3월 31일~ 4월 22일 완치자 혈액을 1㎖(20방울) 기준 최소 350달러에서 최고 4만 달러(약 5천만 원)에 판매했습니다. 5천 원이 아니라, 5천만 원입니다. 참 놀라운 부분이죠. 이 판국에 피를 팔아서 떼돈 벌 생각을 하니 말이죠.

이들이 혈액을 판매 할 때는 혈액 내 항체 수치가 높을수록 비싼 가격이 매겨졌습니다. 항체 수가 많아야 그만큼 치료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점을 아주 교묘하게 악용한 것입니다.

물론, 기증자에게도 돈이 지급됐습니다. 기증자에게는 100달러(12만5천원)의 실비가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12만 5천만 원에 기증받은 피를 5천만 원에 팔았으니 수익도 이런 수익이 없습니다.

이와 별도로, 캔터 바이오커넥스와 구매자를 연결해주는 인도의 한 업체는 혈액 샘플에 최고 5만 달러(약 6천200만원)의 가격을 매겼습니다. 좋게 말하면 혈액 판매는 매개하는 에이전시가 있는 것이고, 나쁘게 표현하면 완치가 혈액 판매 브로커가 활동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기증자 기막히게 하는 현실

이런 사실을 물론 기증자들은 몰랐습니다. 12만 5천원 실비를 받고 기증했는데, 5천만 원에 팔릴 것을 알았다면 아예 기증을 안 했겠죠. 혈액을 기증한 것은 좋은 의도를 가지고 이뤄진 일인데, 이들 기증자들에게는 5천만 원 거래는 충격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코로나19에서 완치되고 나서 혈액을 기증했다는 앨레시아 젠킨스(42)는 "시애틀의 비영리 클리닉에 헌혈을 기증했는데, 누군가 이익을 챙기고 있었다는 현실이 너무 슬프다"고 말했습니다.

감염자가 선의로 기증한 혈액으로 막대한 이윤을 취하는 행위는 의료계에서 비난 대상이 되지만 일부 업체들은 팬데믹(감염병 대유행)을 큰돈을 벌 기회로만 여기고 있다고 NYT는 지적했습니다. 비난 보다는 돈을 챙기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한 가치라는 판단이 내려졌기 때문에 이런 행태가 가능했다는 것이죠.

혈액 거래는 주로 미국에서 이뤄졌지만, 영국의 각 연구소도 주요 고객층이었습니다. 영국 보건법상 기증받은 혈액을 되파는 건 불법입니다. 하지만 다른 나라에서 기증받은 혈액에 대해선 관련 규정이 없다 보니 그 틈새를 파고든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동안 영국 정부는 저렴한 가격에 혈액 샘플을 연구소에 공급해왔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로는 각 연구소가 자체적으로 혈액을 확보해야 하는 실정이라고 NYT는 보도했습니다.

혈장치료

혈장치료는 감염병에 걸린 후 환자의 혈장에 병원체와 싸우는 각종 항체가 풍부하게 존재하는 데 착안해, 회복기 감염자나 완치자의 혈장을 환자에게 투여하는 치료법입니다. 백신과 치료제가 없기 때문에 대체 백신 또는 치료제의 개념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치료법이 개발되지 않은 감염병에 두루 응용할 수 있는 방법이지만 질환의 종류나 환자의 상태에 따라 효과는 차이를 보입니다. 그러니까, 완치자의 혈액으로 치료를 받는다고 효과가 모두 보장된다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코로나19에 대한 혈장치료 효과가 아직은 뚜렷하게 입증되지 못했다는 점에서 우려점이 존재하는 치료법입니다.

완치자와 환자들은 임상시험을 통해 치료법 개발을 돕겠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타임스는 보도했는데요. 영국에서 혈장치료 임상시험 연구를 주도하는 런던의 가이스 앤드 세인트 토머스 NHS 병원 생명의학연구소는 150명으로부터 혈장을 기증받았습니다.

현재까지 임상시험 참여 의향을 나타내며 등록한 자원자는 6천500명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번 임상시험에는 케임브리지대학과 NHS 혈액·장기이식기구도 참여한다고 하네요.

임상시험에서 혈장치료의 효과가 검증되면 NHS는 회복기 혈장을 확보하는 체계적인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NHS 혈액·장기이식기구는 주당 1만 유닛(혈액제제 공급단위)을 확보해 의료기관에 공급한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맷 행콕 영국 보건장관은 "회복기 혈장 확보량이 늘어나면 앞으로 수천 명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고 기대했습니다.

미국에서 진행 중인 한 대규모 임상시험에는 1천500곳이 넘는 병원이 참여해 현재까지 약 600명에게 혈장이 투여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하지만, 기증된 혈장 가운데 일부가 기업의 영리를 위해 악용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혈장 치료를 위한 혈액 기부자들의 마음에 상처를 안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