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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수 베를린 감독상에 문재인 정부 욕먹는 이유 (Feat. 불륜상)

..........! 2020. 3. 3.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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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수 감독의 베를린영화제 감독상 수상 이후 때아닌 문재인 정부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무슨 일인가 하고 봤더니, 문화체육관광부가 홍 감독의 수상을 축하하는 축전을 두고 여론의 눈치를 보다가 공식 축전을 포기하면서 벌어진 일입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정리해 보겠습니다.

● 문화체육관광부가 욕먹는 이유


그간 국내 영화감독이 해외 영화제에서 선전할 때마다 정부는 ‘공식적’인 축전을 보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명의로 수상 쾌거에 대한 축하와 의미를 보도자료로 배포하는 방식입니다. 특히 감독상이나 작품상 수상은 ‘하늘의 별따기’ 같은 수고로 여겨지기에 축전의 의미는 축하 그 이상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이 기회를 통해 한국 영화 산업의 질적 수준을 높일 수 있고 더 많은 ‘지속 가능한’ 예비 감독의 토양을 가꾸는 데 정부가 동의하고 협력한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임권택, 김기덕, 봉준호 등 세계 3대 영화제에서 이름을 남긴 감독들에게 문체부는 예외 없이 공식 축전을 24시간 안에 완성해 배포했습니다. 문체부 입장에서도 문체부가 적극적으로 나서기에 안정맞춤인 이슈이기도 합니다. 

홍상수 감독이 세계 3대 영화제 중 하나인 제70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도망친 여자'로 감독상(은곰상) 수상이라는 낭보가 날아들었을 때, 문체부도 당연히 축전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 금곰상 아닌 은곰상이라서?

그런데 준비가 시

작부터 이상하게 흘러갔습니다. 수상 소식이 전해진 1일, 문체부 관계자는 “금곰상이 아닌 은곰상인데…” 머뭇거리다 축전 여부를 확인한 뒤 “2일 오전에 보도자료로 배포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다음 날 오전, 축전 상황을 묻자 “거의 완성돼서 곧 나갈 것”이라고 답변을 되풀이했습니다. 3일 오전 ‘자료가 안 왔다’고 하자, “내부 협의에서 안 내보내기로 했다”고 최종적으로 말했습니다.

● 홍상수 사생활 여론 눈치보다 축전 포기


수상 쾌거에 입장을 밝히려고 했으나 눈치 보기 싸움 끝에 축전을 포기한 셈입니다. 문체부 관계자는 “장관 명의로 내보냈을 경우 (홍 감독의 사생활) 여론이 안 좋아질 것 같아 최종 보류된 측면이 있다”며 “그래도 홍상수 감독 개인에겐 축전을 보낸 것으로 안다”고 전했습니다.

치적 평가는 이미 언론에서 다 다뤘는데, 굳이 장관이 축전을 보내 욕먹을 일 있느냐는 의미입니다.

● 박양우 장관, 페이스북 통해 축사


하지만 축전은 또 엉뚱하게 흘러갔습니다. 박양우 장관이 페이스북을 통해 전한 축사가 나오면서 본의 아니게 ‘공식적인 축사’로 퍼진 것입니다. 문체부는 이에 대해 “내부 소통에 혼선이 빚어진 것 같다”면서 “‘공식적인 보도자료’는 뿌리지 않는다는 게 공식적 입장”이라고 해명했습니다.

● 영화계 "여론 눈치만 보는 한심한 행태"


이 같은 문체부의 오락가락 행보에 대해 영화계에선 “여론 눈치만 보는 한심한 행태”라는 비판이 이어졌습니다.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홍상수 감독이 불륜상을 받았느냐”며 “공사를 구분하지 못하고 ‘공식적’인 축전을 보내지 않는 건 욕 먹어야 하는 처사”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문체부의 ‘머뭇거림’이 이해되려면 베를린 영화제의 초청 자체가 이뤄지지 않아야 하는 전제가 깔려야 한다”며 “사생활과 관계 없이 이는 공적으로 축하할 일”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국내 영화감독 중 봉준호는 플롯을 버리지 않으면서 장르적 스타일을 추구하는 감독이고, 홍상수는 플롯을 해체하지만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유지하는 감독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전찬일 평론가는 “홍 감독의 이번 수상은 50세가 넘으면 떠나는 한국 감독의 기울기에서 건재함과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며 “필름 메이킹 측면에서도 (따라하기 힘든) 봉준호보다 홍상수가 역할 모델에서 최적화돼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 "공식 축전은 내규에 따른 공무수행"

황진미 대중문화평론가는 “(사생활로) 홍상수 감독을 싫어할 수는 있겠지만, ‘공식 축전’은 내규에 따른 공무 수행의 일부분인데 여론이 무서워 갈팡질팡한다는 것 자체가 이해가 안 되는 일”이라고 꼬집었습니다.

또 다른 영화 관계자는 “겉으로는 영화 산업의 협력자인 것처럼 개방적 태도를 보이는 정부가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식의 행태롤 보여준 것 같아 씁쓸하다”며 “공무 수행에 일관성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팀을 초청해 이른바 '짜파구리 오찬'을 벌이면서 영화계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과 눈치볼 필요 없는 문화를 만들겠다고 말한 것과는 정면 배치되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대통령은 말을 할 뿐이고, 현장은 현장의 일을 할 뿐이라며 현장과 따로노는 정부 정책이 마스크 사태 뿐만 아니라 영화계를 바라보는 시선 속에서도 느낄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습니다.

● 홍상수 이혼 소송 정리


홍상수 감독은 2016년 11월 아내 A씨를 상대로 이혼 조정을 신청했으나 결렬되자 그해 12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약 3년의 법적 공방 끝 지난해 6월 서울가정법원은 "유책배우자의 이혼 청구를 원칙적으로 허용하지 않고 있다"며 기각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에 홍상수 감독 측은 "작품 연출과 현재 생활에 집중하기 위해 항소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면서도 "혼인 생활이 완전히 종료됐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사회적 여건이 갖춰지면 다시 법원의 확인을 받을 것"이라는 의사를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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